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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이태원역 1번출구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선언 및 중간정비 촉구

날짜
2023/08/08
단체명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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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지역단체, 상인, 시민사회가 함께 조성하는 ‘기억과 안전의 길’ 선언 기자회견 개최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위한 중간 단계 정비 촉구일시장소 : 2023. 8. 8(화) 오전 11시, 용산구청 앞

2023.08.08. [기자회견] 이태원역 1번출구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선언 및 중간정비 촉구 <사진=참여연대>
※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롯해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동료시민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실규명도 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공식사과도 없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아 애도하고 기억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우리의 마음이 존엄과 안전으로 이끌 것이고, 참사의 재발 방지와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도 참사현장은 제대로 정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기관이기도 한 용산구청은 참사 이후 참사 현장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나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12월 협약서를 맺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가 일관되게 요구해 온 참사 현장의 중간 정비 요청을 용산구청은 일관되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메시지와 추모물품을 정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1주기가 오기 전에 이 공간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하려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용산구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참사 1주기 전에 세 주체가 약속한 협약서의 정신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참사 현장 골목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할 것을 선언하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 대한 ‘중간 단계 정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용산구청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온전히 애도하고 기억할 때 모두가 존엄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랑하던 이들이 찾았던 이태원 거리를 모두가 존엄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많은 이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개요
제목 :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선언과 중간정비 촉구 기자회견
주최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주관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일시 : 2023년 8월 8일(화) 오전 11시
장소 : 용산구청 앞
사회 : 자캐오 10.29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순서
발언1.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주영 아버지)
발언2. 박이현 ‘기억과 안전의 길’ 현장 정비 참여, 문화연대 활동가
발언3. 유가족 김화숙 님 (김현수 어머니)
발언4. 이철로 10.29참사 추모 및 책임자 처벌촉구 용산시민행동 간사
기자회견문 낭독. 유가족 최정주 님 (최유진 아버지), 명숙 인권운동 바람 활동가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붙임자료1_기자회견문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위한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우리는 지난 2022년 12월 23일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당시 또 다른 피해자이자 목격자이며 때로 구조자이기도 했던 지역상인분들과 협약을 맺은 사실을 알렸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무책임하고 무능하게 대응하며 갈등과 아픔을 유발했다. 우리는 이런 무책임과 무능으로 인해 피해자들과 이태원 지역사회가 더 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중앙・지방 정부의 공적 책임을 요구하고 피해자들간의 대화와 공감을 확인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참사의 기억을 제대로 보존하고 이태원의 안전을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의 중재 가운데 몇 번의 현장 임시 정비를 진행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초래한 갈등이 참사의 본질을 흐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감히 숫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한 희생을 초래한 10.29 이태원 참사의 본질은, 이태원도 할로윈 축제도 아니다. 공적 안전 장치와 구조를 마련할 의무를 지니고도 움직이지 않은 중앙・지방 정부와 책임자들이, 바로 그 원흉이다. 그런데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위직일수록 너무나도 뻔뻔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참사 이후 재발 방지와 온전한 회복을 위해 제대로 정비되고 기억되어야 할 참사 현장에 대한 책임과 지원도 부재하긴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협약서를 맺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삼자가 요구해 온 참사 현장의 중간 정비 요청은 용산구청에 의해 일관되게 무시당하고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시민과 방문자, 주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남긴 추모와 애도, 재발 방지 요청을 담은 기록물 보존은 물론, 참사 현장에 대한 중간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사 현장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유가족과 시민의 참여를 보장·지원하는 건, 공공 기관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공적 역할’이다. 그런데 참사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 모든 일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용산구청은 매우 소극적이다 못해,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여름이 가면 이제 곧 다가오는 참사 1주기 전에 세 주체가 약속한 협약서의 정신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우리는 참사 현장 골목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선언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중간 단계 정비’를 촉구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참사 직후부터 최근까지 이번 참사의 최일선 책임 기관 수장이자 실질적 책임자인 박희영 구청장은 제대로 책임을 인정하고 그 죄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기 바빴다. 언론 앞에서는 유가협의 어떤 요청도 들어줄 것처럼 말하지만, 유가협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진정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재판 과정은 물론, 그 어떤 순간에도 본인의 공적이고 법적인 책임은 물론 정치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조차 제대로 인정한 적이 없다.
우리가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앞에 두고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책임자와 마주 앉을 수 있겠는가? 박희영 구청장은 이번 참사의 최일선 책임 기관 수장이자 실질적 책임자로 분명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가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과정에서 그와 마주할 일은 단 한 순간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둘째, 10.29 이태원 참사의 최일선 책임 기관으로 적극적인 공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용산구청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대화와 지원책을 마련하라. 이 과정에서 참사 현장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명명하고 선언하는 우리의 마음을 받아, 참사 현장에 제대로 된 기억과 안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기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조하기를 바란다.
셋째, 우리는 작년에 협약서를 체결한 이후, 용산구청에 ‘참사대책추진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참사대책추진단이 제대로 된 역할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참사대책추진단의 책임자가 적극 나서기를 요구한다. 책임 면피를 위한 이름 뿐인 대책기구가 아니라면, 희생자와 피해자,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인 대화와 역할, 지원을 감당하는 모습을 한시라도 빨리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2023. 8. 8.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 붙임자료2_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발언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과 소방 그리고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좁은 골목길에서 영문을 모른채 그들의 꿈과 희망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주위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야기한 이 엄청난 비극에 아무도 책임지는 자가 없는 기막힌 상황이 300일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수본 수사를 돌이켜 보면 보여주기식 수사로 윗선에 대한 수사는 아예 하지도 않았고, 그나마 구속수사했던 실무진들도 늦장 재판으로 구속만료 또는 보석 신청으로 모두 풀려나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159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참사에 대한 이런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요? 과연 대한민국에 정의와 상식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입니까?
특히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박희영 구청장의 행태는 과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란 것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이렇듯 많은 젊은이들이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생을 달리 했는데, 주최가 없는 행사라서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듯이 말을 하고, 아직도 여전히 그 직을 유지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무능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무책임입니다.
공직자가 그 무게의 엄중함을 모르고,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만 생각하는 그 무책임은 우리를 참을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은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슬픔과 아픔의 공간이자 반드시 지키고 싶은 공간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곳, 그러므로 우리는 그 체취를, 그 흔적을 남겨둬야만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두렵고 슬픈 마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아오지 못하는 유가족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언젠가는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이 골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기억과 안전의 길’로 모두에게 인식되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태원에서의 비극적인 참사를 극복하고, 치유와 회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참사의 현장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인식하고,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럼으로써 두 번 다시 아픔을 겪지 않을 미래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남은 우리가 해야 할 미래세대에 줄 수 있는 약속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용산구청은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용산구민 여러분! 그리고 이태원 상인 여러분!
이렇듯 무책임한 공직자가 아직도 용산구를 책임지고 있고, 이태원의 상권이 무너지던 말던 주최라 운운하며 책임회피하는 박희영을 용산구를 책임지는 구청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구청장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용산구는 참담하고 형편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만 채우기 위해 이용하고 사라지면 그 뿐이지만, 용산구는, 이태원은 그런 공간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1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린 지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희영 같은 무책임한 정치인을 심판하며 쫓아내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우리 모두가 해내야 합니다. 이 참사의 원흉은 희생자도, 지역 상인도, 지역 구민들도 아닙니다. 무책임과 무능한 정부 관료들입니다. 결국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들 정치인들은 믿어서 해결될 일이 아닐 것입니다. 갖은 미사여구로 현혹시킬 정치인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우리 시민들의 손으로 원상복구를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상식있는 사회와 정의구현을 위해 박희영의 용산구청장직 유지를 결사반대하며, 그의 사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사퇴를 위한 농성과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용산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박희영의 잘못된 판단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그 책임 또한 오롯이 박희영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혀둡니다.
추후 유가족들의 시위와 농성을 막기 위해 또다시 구청직원들을 동원하는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짓을 벌인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더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 붙임자료3_유가족 김화숙 님 발언문
저는 김현수 엄마 김화숙입니다. 지난 6월 7일 박희영 구청장이 석방되고 62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저와 유가족들이 이 용산구청에서 박희영 구청장 사퇴를 촉구하며 항의행동을 한 지 42일째 되는 날입니다.
박희영의 석방 소식을 들은 것은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우리 유가족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 농성을 시작하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박희영 석방 소식에 엄마들은 곧바로 남부구치소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저도 함께 달려갔습니다. 적어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유가족을 향해 사죄의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역시나 빗나갔습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며 보석 신청을 한 이유도 어이없었지만, 울부짖는 가족들을 따돌리고 도망가는데 급급했습니다. 반성도 성찰도 없는 그저 줄행랑치는 무책임한 모습뿐이었습니다.
그러고도 박희영 구청장은 곧바로 구청장직을 수행하겠다며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박희영 구청장이 참사 직후부터 이후 수습 과정, 국정조사 등에서 한 무책임한 발언과 거짓말을 모두 기억합니다.
지자체장으로 능력도 없고 공직의 개념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몰염치에 기본 소양조차 의심스러운 사람이 큰 참사를 일으키고도 그 자리를 보존하겠다니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사람이 용산구청장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159명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이고 용산 주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이 사람은 수십만의 인파가 몰릴 것을 누구나 예측했던 상황에서도 인파관리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도리어 할로윈 시기 사람들의 무질서를 이용해 구정홍보 방송을 하려했던 사람입니다. 참사 이후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할로윈은 하나의 현상이라 봐야 한다, 할일은 다 했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던 사람입니다.
이제 곧 8월 24일이면 참사 발생 300일입니다. 그리고 두어달 후면 이태원 참사 발생한지 1년이 됩니다. 저는 1주기가 되는게 우리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납니다. 아직까지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책임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 듣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참사 현장을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일 없었던 듯 방치하고 있는 용산구와 서울시, 행안부에도 화가 납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메시지를 남긴다고 합니다. 여기 계신 시민단체 활동가들, 용산지역 분들, 또 지역 상인분들이 메시지도 수거하고 도움을 주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인데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자체, 중앙정부 어디 하나 책임있는 자세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여기 계신 분들과 오늘 이태원역 1번출구 참사 현장을 ‘기억과 안전의 길’로 선언하고 그에 걸맞는 길로 만들어가는 데에 저도 힘 보태려고 합니다.
오늘부로 박희영 사퇴촉구 매일 항의행동은 중단합니다. 대신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1주기 추모활동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계기가 있을 때마다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용산구청을 찾아 박희영 사퇴를 촉구하는 1인시위나 기자회견은 계속해서 할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마음아파하고 책임에 통감하는 용산구청 900백명 직원과 구청 노조를 믿어보겠습니다. 박희영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핑계 삼아 자격 없는 자리를 보존하려고 하는 것은 결단코 막아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박희영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합니다.
▣ 붙임자료4_박이현 기억과 안전의 길 현장 정비 참여자 발언문
10· 29 이태원참사가 일어난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책임자들은 진정성있는 사과를 외면하고 있고 수사에는 진전이 크게 없습니다.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해,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하며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포스트잇으로 편지를 띄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찾아주고 있는 만큼, 1번 출구에 포스트잇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 기록들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문화연대 소모임야호에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와 함께 ‘이태원 기억 담기’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어 시민 자원활동가를 모집하여 포스트잇을 수거하고 또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모임에는 연구자, 시인, 뮤지션, 대학생, 다큐멘터리 감독, 문화공간 운영자, 고등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로 책임감을 느껴 참여하는 분도 있고, 거대한 참사 앞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분도 있어요. 한 참가자는 너무 큰 슬픔에 차마 공간을 찾아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런 활동을 통해 함께 추모할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주로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주말에 모여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주말임에도 저희가 수거활동을 하다보면 여전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음을 느껴요. 추모거리 앞 편의점 상인 분은 저희가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을 때마다 자원활동가를 환대하며 분류 작업할 공간도 내어주고 음료도 선물해주기도 하셔요.
수거한 메시지를 살펴보면 한국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중국, 우크라이나 등 국적도 다양해요. 메시지 중 제 마음을 가장 울리는 건 생존자들이 방문해 남겨준 메시지와 희생자의 친구와 가족들이 남겨준 메시지여요. 그중 한 추모메시지를 소개합니다.
“너무 너무 미안하다. 엄마는 너가 있을 때 우리 예쁜 딸이 있을 때 제일 행복했어. 너무 너무 고마웠고 너무너무 사랑했다. 사랑해 진짜진짜. 어디에 있든 행복해야 해.”
왜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고, 살아남은 우리가, 더 큰 아픔을 느끼는 우리가 희생자들에게 미안함을 느껴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전한 애틋한 마음을 함께 기억하고 또 기록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