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 159명이 사망한 10월 29일이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행동하며 지난 1년을 살아낸 사람들이 준비한 추모 행사들을 기록으로 남긴다.[기자말]
▲ ▲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민들의 추모메시지가 모이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서로에게 묻는 ‘안녕’이란 인사에 조금 더 마음이 담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대한민국은, 서울시는 당연한 듯하게 안부를 묻고 ‘안녕’이라는 말을 하고 아침에 나갔던 사람들이 저녁에 일을 마치고 공부를 마치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오는 안녕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부터 우리가 묻는 안부가 그냥 지나가는 인사의 안부가 아니라 ‘정말 무사히 돌아오냐’ ‘괜찮냐’라고 물어보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그런 말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희생자 최유진씨 아버지 최정주씨의 말처럼 살아남은 우리에게 2022년 10월 29일은 믿음을 갖고 살아왔던 ‘안녕’한 그 세계가 사라진 날이 됐다. 그리고 우리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여전히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억지로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보낸 이태원 참사 추모 메시지.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광장에 있는 분향소에서는 남은 이들이 매일 저녁 떠난 이들을 추모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집중 추모기간을 진행한다.
첫날인 10월 16일에는 ‘이태원 상인, 용산주민 이야기’를 주제로 6시 34분 최초 신고자 박 선생님, 참사현장 골목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배 사장님 그리고 구술기록단 활동을 한 용산주민 상민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선생님은 지난 1년이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며 이 참사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마약범을 잡기 위해서 10시쯤에 모였던 형사분들하고 기자분들이 모두 해산했다고 하는데 그분들은 그 길을 어떻게 빠져나가셨는지… 그 시간에는 정말 종이 한 장도 들어갈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 그분들은 어떻게 그 골목을 참사의 골목을 빠져 나가셨는지. 80명의 경찰분하고 기자분들, 그거 역시도 저 스스로 갖고 있는 질문이에요.
그런 질문들이 혼자 있을 때면 여러 가지가 참 많이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은 물을 데가 없고 답을 들을 때가 없어서 아직까지도 1년 동안에 그 질문 속에서 답답함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태원에서 나고 자란 상민님은 여전히 해결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해결이란 뭘지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무척 소중하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참사라는 게 사실 그날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후에 사람들의 반응이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반응들까지도 모두 참사의 연장선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그곳을 삶의 터전을 삼아 그날 밤 현장에서 같이 지휘를 하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던 구조자이기도 했던 배 사장님은 ‘우리 모두가 이 참사의 피해자’라는 마음으로 1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태원 상인들과 유가족들은 1주기를 앞두고 표지석을 만드는 작업 등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알렸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1년을 보냈다. 유가족들은 이분들에게 보라리본 배지를 달아주며 감사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함께 위로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 서울광장 분향소에서는 매일 저녁 5시에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둘쨋날인 10월 17일에는 녹사평과 시청광장 분향소의 제단을 만든 한현우 민주유공자법 농성장 상황실장, 분향소 옆에서 커피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미경씨 그리고 시청광장 분향소 설치 이후 노래로 유가족을 위로한 송희태, 안계섭 가수가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겨울 처음 분향소를 차리던 유가족들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부터, 어떻게 희생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게 됐는지, 녹사평 분향소 제단을 만들며 목격한 혐오세력 때문에 마음 아팠던 이야기까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전해 듣는 시간이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온 한현우씨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어른들(유가족) 뵙고 하면은 드시는 것부터 시작을 해서 주무시는 그 모든 것이 무엇이 편하고 안정적이겠습니까. 뜨거우니 밥을 먹고 차가우니 차를 마시는 것뿐이지 썩어 문드러지는 그 심정들을 누가 이해를 하겠습니까. 어디 나가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서 안아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것이 더 고립무원에 있을 것 같은 심정들일 것 같고 그렇게 아마 평생을 사셔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것이 더 마음이 아픕니다. (중략) ‘건강하시라, 잘 견뎌내셔라’ 이런 말씀보다 ‘화날 때 화내시고요. 웃음 나오면 피식피식 웃고 하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그게 다 병 생기고 화병 생겨서 오래 못 사십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긴 시간 분향소에 오가는 사람들을 만난 김미경씨는 시민들에게 이런 당부의 말도 남겼다.
“분향소 앞을 지나면서 아니면 혹여 일부러 와서 독설을 내뱉는 그런 시민들을 보면서 폭풍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힘들었습니다. (중략) 제발 따뜻한 눈길, 고개숙여 묵념해주면 될 것을… 그 심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설을 내뱉고 가지 말아 주십시오. 참여할 수 없다면 그냥 침묵하시는 게 낫습니다.”
모두가 피해자인 10월 29일을 맞이하며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행사 안내.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서울시청광장 분향소 옆에는 추모 메시지를 부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온라인으로도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걸음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집보다 분향소가 더 편하다는 유가족들과 분향소에서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를 전하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있는 추모제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열리며,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유튜브(youtube.com/@1029itaewonTV)를 통해서 생중계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10.29 이태원참사 공식홈페이지(www.1029act.net)에도 업로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