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분향소에 대한 행정심판 기각결정 유감
서울시의 광장사용신청 수리거부, 징벌적 변상금 용인한 중앙행정심판위
지난 5월 9일 시민대책회의가 제기한 서울광장 사용신청 수리거부 취소 행정심판 청구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9월 12일 기각결정을 내렸다. 또한 6월 30일 제기한 변상금부과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7월 18일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서울시가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추모의 권리를 침해하려고 시도한다면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재난참사에서 추모와 애도는 희생자들의 존엄한 삶을 기리고, 참사의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사회적 행위라는 점에서 모든 사회적구성원의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합동분향소는 유가족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설치되었으며, 사회적 추모와 애도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종료되었다. 참사 이후 정부의 어느 기관도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거나 책임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에게 돌림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의미를 공론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사회적 참사에서 추모와 애도의 권리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참사가 서울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벌어졌으며 참사 피해자가 국내외 전역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서울광장은 재난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이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기에 가장 의미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민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들, 외국인까지 끊임없이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고 있으며, 분향소 앞 시민 추모문화제를 통해 사회적 추모와 애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참사의 사후수습과 피해자지원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사회적 추모와 애도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광장 사용신청에 대해 곧바로 불수리 처분함으로써 추모와 애도의 방식을 제한했다.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르면, 서울시는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제6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원칙적으로 수리하여야 한다. 다만, “①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② 시민의 신체ㆍ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③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고, 다른 행사와 중복될 경우”에 한해서만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될 뿐이다.
서울분향소 설치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신청은 위와 같은 예외 사항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서울시는 2023. 2. 9.부터 2. 10. 까지 위원별 비대면 서면심의의 방식으로 열린광장심의위원회를 개최, 심의한 후 불수리처분을 하였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처분에 있어서도 “서울광장 조례 12/14 등에 따라 검토하고 그 결과를 회신함, 검토결과: 불수리(사유: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 심의 결과 불수리 의결)”이라고 통보했을 뿐, 불수리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일체 밝히지 않았고, 사후에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서울광장은 2010년부터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는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제 개최 불허 결정에 대해 10만 서울시민들이 진행한 조례 개정운동의 결과이다. 이러한 조례 개정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했을 때, 서울광장 사용제한에 대해 서울시가 가질 수 있는 재량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어,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나아가, 이러한 서울시의 서울광장사용 제한행위를 용인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것이 없다. 서울시의 분향소에 대한 철거 위협과 탄압에 맞서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나누고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여 나갈 것임을 밝힌다.